서평정보

… 열일곱나는 상인이 되고 싶었다.그러나 누구도 그 길을 가르쳐주는 이는 없었다.나는 오직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가야만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곁에 누워있는 자식들보다 논바닥에 심어놓은 벼를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 그런 농사꾼으로 한평생을 살아왔으면서도 자기 전답이라고는 땅 한 뼘조차 없는 옹색한 궁핍. 남의 집 토지를 빌어다 골빠지게 소작 농사를 지어봤자 겨우 밥이나 굶지 않은 아버지의 길. 나는 아버지처럼은 살아가지 않으리라. 은쟁반 위에 물그릇 떠받들 듯 항상 기를 펴지 못한 채 파르르 떨리는 가슴으로 살아가야 하는 나는 그러한 아버지처럼은 살아가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아버지로부터 대물림받은 이 지긋지긋한 궁핍을 내 아들들에게만은 결코 물려주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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