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정보

나희덕 시인은 물방울 박제사인가보다 시집 속에는 허공의 묘비명들인 소리와 정경 들이 일요일 오후의 응급실처럼 환하게 박제되어 있다 물방울 박제는 캄캄한 돌인 고통은 가까이 두고 눈부신 열매들이란 좀 멀리 있는 편이 좋다는 시인이 낮은 자세로 임하는 천직의 노동이다 나희덕의 시 노역은 낮은 곳으로 흘러드는 물의 속성과 닮았다 생명은 물속에서 싹트는 것 먼지와 거품을 끌고 땀과 눈물과 오줌에 젖어들어 흘러가면서 물만 물만 남아 있으면 된다고 포복하는 시인의 낮은 절규 그리하여 생명은 삶의 누수에서 싹트고 모든 물은 양수가 된다 누수에서 싹튼 수국 빨간 금붕어 요람의 아기 그것의 환한 박제 결국 시집의 시 한 편 한 편은 물방울로 빛을 박제한 것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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